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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서태지 LIVE TOUR ZERO」DVD 감상기 | 2005/03/17 15:32

태터센터를 방황하던중 이글을 발견!
다 읽어보려고 했으나 스크롤의 압박으로 인해 일.단. 먼저 DVD 를 보고난 후에 읽기로 했다;


저 ZERO DVD 샀어요-



강명석님의「서태지 LIVE TOUR ZERO」DVD 감상기

* THE DVD 리뷰를 의뢰받아 쓰기위해 먼저 쓴 글입니다. THE DVD의 글은 이 글을 요약 + ‘서태지에 별 관심없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버전으로 쓴 것입니다.

* 샘플이 제공되지 않았기에 메가박스 상영회에서 본 것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리뷰가 아니라 감상입니다. DVD 리뷰는 서태지 음반리뷰에서 묶어서 해보겠습니다. 음반리뷰는 이승환 리뷰가 올라간뒤 약 2-3주정도 뒤에 올라갈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올라갈때쯤에는 바뀌어졌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인터넷 음반 쇼핑몰 핫트랙스(www.hottracks.co.kr)에 가면 서태지의 새 공연 디비디 타이틀 ‘SEO TAIJI LIVE TOUR ZERO'(이하 ‘ZERO')가 홈페이지 메인에 추천상품으로 떠있다. 타이틀에 대한 홍보문구는 두 개다. 하나는 ‘2005 또다른 신화창조!’. 진부하기는 하지만 ’2005 또다른 신화창조‘라는 카피는 서태지가 그간에 쌓은 이력을 생각한다면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건 그 밑에 붙어있는 또다른 카피다. 바로 ‘In his birthday!!'. ’ZERO'의 타이틀 출시일인 2월 21일은 서태지의 생일로, ‘ZERO'는 서태지의 생일을 기념하여 서태지가 팬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In his birthday


물론 해외와 달리 보다 열광적인 팬들이 집중적으로 구입을 하는 국내 음악 타이틀의 특성이나, 열광적인 팬의 경우 그 가수의 생일쯤은 으레 외우고 있으니 이 카피가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 아마 서태지의 팬들은 이 카피를 보고 ‘대장’이 정말 우리를 생각해주는구나하며 기뻐할 것이고, 다른이들도 서태지가 생일에 맞춰 타이틀을 낸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생각해보면 굉장히 신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수의 열성팬들은 당연히 그 가수의 생일을 안다. 가수역시 그런 팬들에게 나름의 방법으로 생일 이벤트를 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모두 그들 내부에서 조용히 이뤄지는 일이다. 그것이 아무리 공적인 매체를 통해 보도된다 하더라도 그들의 생일파티는 단지 그들만의 파티인 것이다. 아무리 인기가수가 음반이나 디비디를 내고, 그걸 생일에 맞춰 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가벼운 가쉽거리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그 타이틀을 홍보하는 메인카피가 되기는 힘들다. 그 가수들은 열성적인 팬들뿐만 아니라 그 외에 자신들의 음반이나 디비디를 사줄 대중까지 함께 노려야하고, 그만큼 광범위한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쳐야하기 때문이다. 다른 가수의 경우, 가수의 생일에 맞춰 디비디를 발매했다고 하면 “자기들끼리 논다”라는 소리 나오기 딱 좋은 것이다.

그런데 서태지는 다르다. 오히려 그는, 혹은 서태지 컴퍼니는 서태지와 팬간의 가장 사적인 부분을 마케팅 포인트의 하나로 삼았다. 물론 ‘매니아’ 팬들이 많은 가수는 마케팅 포인트가 열성적인 팬을 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서태지는 그런 열성적인 팬들을 향한 마케팅을 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대형 인터넷 음반 쇼핑몰의 메인에 올라갈 수 있다. 일반 대중들역시 이런 현상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는다. 대중들은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서태지가 ‘인기가수’이기 때문에 메인에 걸릴만하고, 그러면서도 매니아가 많기 때문에 저런식의 홍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좋아하니 싫어하니, 음악이 좋니 나쁘니해도 서태지는 현재 지난해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인물이고, 그 중심에는 그의 생일날 디비디가 나온다는 것에 큰 의무를 두며, ‘당연하게’ 발매와 동시에 ‘ZERO'를 음반 쇼핑몰 판매순위 상위권에 올려놓을 팬들이 있다.

즉, 서태지는 대중음악계의 ‘매스 컬트’다. 서태지 컴퍼니가 밝힌 22만이라는 서태지닷컴 사이트회원숫자나, DVD 상영회에 참여를 신청한 5만이라는 숫자는 전체 인구로 봤을때는 극히 소수다. 하지만 앨범뿐만 아니라 DVD시연에 참여하고싶은 사람, 그만큼 DVD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팬의 숫자가 5만이고, 22만이 적극적으로 서태지의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특히 음반시장의 규모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22만, 혹은 48만이라는 숫자는 시장의 입장에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최소 5만(물론 이것은 서태지 닷컴의 발표이므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수도 있겠지만)에 이르는 팬들이 서태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서태지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하나의 ‘생활’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금 가요계에서 가장 든든하고 큰 시장일수도 있다. 아이돌 댄스그룹을 제외한다면 서태지는 현재 가장 열광적인 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힘으로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래서 인터넷 음반 쇼핑몰이건, 언론매체건 서태지는 ‘메인’이 될 수 있다. 열광적인 팬들로 인해 기본적인 장사가 될뿐만 아니라, 그것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다시 그 외의 대중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육지, 섬, 하늘을 날아다니는 다리


그래서 서태지가 최근 대중에게 노출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현재 서태지와 서태지를 매니지먼트하는 서태지 컴퍼니는 그들의 프로모션및 언론홍보의 초점을 서태지의 ‘매니아’들에게 맞추고 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태지의 음반리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그래서 그들은 팬들에게 매우 ‘사적’으로 접근한다. 그들의 팬은 매니아이고, 서태지는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래서 대중에 앞서 매니아들을 챙긴다. ‘ZERO'의 스페셜 피처에 등장하는 ’ZERO MANIAC'이나 ‘Just Remember that time sh'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서태지는 팬들이 공연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반응과 감성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것을 팬들에게 보여주는데 적극적이다. ’ZERO MANIAC'에서 한 팬이 말하는 ‘분홍 쫄티’에 대한 이야기는 상영회의 팬들이 그러하듯 그 ‘사연’을 아는 팬들이라면 뒤집어질 이야기지만, 'ZERO'를 한편의 음악 디비디로만 인식하는 일반적인 대중에게는 무슨 이야긴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서태지 컴퍼니역시 서태지가 인터넷상에서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언론을 통해 계속 공개하고, 그것은 어김없이 나름대로의 비중을 가지고 언론에 보도된다.

서태지의 신년인사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라. 여러 스타들이 홈피에 신년인사를 보내지만, 그것이 각 언론매체에 기사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서태지는 그 신년인사를 ‘반말’로 하고, 서태지 컴퍼니는 그것을 그대로 기사로 내보낸다. “모두들 잘 지내고 있지? 나도 열심히 곡 작업 중이야. 근데 요즘에 난 막 영감이 떠올라!"같은 글이 그대로 기사화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중들이 보기에 이것은 유치하거나 엉뚱해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언론홍보 방식이 잘됐느냐 못됐느냐를 떠나서(이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리뷰에서 정리하겠다), 중요한 것은 팬들이나 일반 대중이나 이것을 어느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와 팬간의 사적이라면 사적일 수 있는 소통이 대중에게 그대로 공개되는 것이다. 드팩의 ‘공장장’이나 넥스트의 ‘마왕’등 역시 열혈 팬들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 이런 교감을 자신들의 땅에서만 펼친다면, 서태지와 서태지 컴퍼니, 그리고 그들의 팬들은 그것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이번 상영회가 이뤄진 방식을 보라. 사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이 상영회는 결국 한 가수가 200여명의 팬들을 초대한 상영회일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상영회를 한 사람이 ‘서태지’이고, 그 서태지가 록공연 DVD를 제작했으며, 그와 그의 회사는 이것을 그들만의 상영회가 아니라 ‘메가박스’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참여하는 대형 상영회로 꾸몄다는 것이다. 여기에 ‘5만명’에 달하는 팬들이 이 이벤트에 참여신청을 하면서 그들은 단지 가수와 팬의 상영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모든 언론매체가 주목하는 상영회로 만들었고, 결국 서태지는 다시한번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륙같은 섬이자, 육지안의 섬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이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육지다. 그들은 다른 대중이 사는 곳에서 함께 존재하면서 자신들의 사는 모습을 공개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방식은 육지 사람들과는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는 것이다. 육지 사람들이 어떻게 살건간에, 그들은 그들이 살고 소통하는 방식을 유지한다. 물론 서태지와 그의 팬덤은 과거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움직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시절이 그것을 증명해주지 않는가. 그당시 함께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김건모와 신승훈은 광범위한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어도 그들로 인해 온 매스컴이 들썩일정도의 논쟁이 일어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될만큼 팬들의 집단적인 행동이 벌어진적은 없었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은 모두가 다 알고있다시피 늘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팬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관련된 일이라면 무서울 정도의 응집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당시 그들의 행동은 팬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이슈를 촉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문제냐일수도 있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로인해 촉발된 당시의 사회적인 이슈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들을 더욱 뭉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그것은 다시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Before Comeback, After Comback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직 아이돌로만 인식되던 1집음반시절의 그들은 단지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새로운 ‘트랜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2집과 3집, 특히 3집의 파격적인 변신을 거치면서 그들은 사회적인 논쟁꺼리들과 맞물려 그 자체로 이슈를 모을 수 있는 인물들이 되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화두와 그들의 대중적인 파괴력은 그들이 대중이 아닌 팬만을 상대해도 대중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이라는 것이 지금의 서태지가 가진 대중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고, 그들이 이슈 메이커가 된 것은 그들 자체의 매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벌이는 일들이 그당시 급변하고 있는 사회적인 흐름과 맞물렸기에 그들과 팬간의 소통 자체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되고, 포커스가 서태지와 아이들과 그들이 벌이는 ‘일’에서 은퇴하고 은둔해있는 서태지, 그리고 다시 극적으로 컴백한 서태지에 맞춰지면서 그 독특한 소통의 방식은 점점 크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너에게’를 모티브로한 ‘Fimm' CF였다. 그 CF에서 내세우는 것은 한마디로 ’서태지‘ 그 자체다. 서태지라는 슈퍼스타와 그를 기다리는 팬의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믿음과 기다림의 정서는 그들만이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와 서태지의 팬이 가진 그 독특한 성격은 그들간의 사적인 소통이 CF의 컨셉으로 이어지도록 했고, 대중은 그것을 광고 효과와 별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대중들도 이미 서태지와 그의 팬들이 ’그런‘ 관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서태지와 그의 팬들은 CF같은 대중적 매개체없이 그들간의 만남(매니아 페스티벌, 상영회)만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서태지가 본격적으로 컴백한 6집이후 더욱 강화된다. 열광적인 소녀팬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가진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서태지지만, 오히려 팬과의 사적이고 내밀한 관계가 발달한 것은 이때부터다. 이것은 서태지의 매니아들이 왜 서태지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이유와 통한다. 물론 서태지를 좋아하는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이 좋아서일수도 있고, 그가 잘생겨서, 혹은 그가 시대적인 아이콘이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바로 ‘지금’까지 서태지의 팬들로 남아있는 팬의 상당수는 ‘10년’이라는 세월을 서태지와 함께 보냈고, ‘변화’에 익숙해져 있으며, 대부분 ‘기다림’이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태지의 대부분의 팬들은 자신의 10-20대를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은 바로 변화 그 자체였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매 앨범마다 컨셉을 달리했고, 프로모션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했다. 이것은 (역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가요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그당시 대중에게 하나의 유행으로 다가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그룹내에서 음악을 책임지는 멤버가 없더라도, 기획사에서 스스로 매 앨범마다 컨셉을 달리하고, 음악의 성격을 확 바꾸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서태지의 팬들은 음악의 완성도라면 모를까, ‘서태지’가 내놓는 음악이 어떤 형태로 나오든 굉장히 열린 마인드로 음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오히려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좋아한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음악이 늘 록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서태지가 6-7집에서 이전과는 또다른 음악을 했다고해서 그들의 마음이 바뀔 이유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팬들은 서태지를 4년동안 모습한번, 목소리한번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경험이 있는 팬들이다. 차라리 일반적인 아이돌이라면 그룹이 해체된 뒤에도 그럭저럭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그 열광적이었던 시절을 나름대로 정리하거나, 차분하게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서태지의 팬들은 다르다. 그들은 ‘사회적인’ 이슈메이커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었다는데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활동내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라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던 서태지를 단순한 롤모델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의 서태지의 팬들이 증명하듯(그리고 서태지로인해 10대 후반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으로 들어선 필자의 인생이 증명하듯), 서태지는 그들에게 일종의 삶의 지표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사람이 4년동안 전혀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에게 그 4년은 잃어버린 세월이다. 그리고 그동안 서태지의 팬들은 HOT와 젝스키스등 아이돌의 특징은 이어받았으되 ‘아티스트’와 ‘롤모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아이돌 그룹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봐야했다. 그리고 또 어떤 팬들은 ’ZERO MANIAC'이 증명하듯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창 활동할 때 공연에 가지 못했다가 6집때는 고3이어서, 그리고 그후에는 서태지가 앨범을 내지 않아서 또 4년을 기다린 경우도 있다. 정말 그들은 ‘10년’을 기다린 것이다.


10년동안 기다렸어요


그래서 서태지의 컴백이후 그의 팬들은 서태지라는 사람자체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물론 그가 보여주는 것, 가지고 있는것에도 매력을 느끼지만, 가장 절정의 인기를 가지고 있을때 정말로 사라지듯 떠난 서태지에 대한 팬들의 감정은 그냥 한 가수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들이 서태지를 기다리는동안 서태지가 돌아왔을때 몰고올 새로운 음악이나 사회적인 이슈, 혹은 그가 제시할 새로운 정신같은걸 다 생각하면서 기다렸겠는가. 그들은 단지 ‘서태지’를 기다렸고, 그것은 가수와 팬의 감정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들은 정말 실망스러운 모습만 아니라면 서태지가 돌아왔을때 무엇이든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을뿐더러, 동시에 이제 홀로 남겨진 서태지와 보다 내밀한 대화를 할 수 있기를 원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는 열광적인 인기를 얻긴 했지만 팬들과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공연은 제한적이었고, 팬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메이커’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특성은 팬들의 열광이전에 그 이슈에 주목하도록 했다.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당시 전화 사서함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를 단일화했고, 휴식기에는 일체의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서 팬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팬들이 서태지를 기다리는 4년간 모든 대중의 관심은 서태지의 ‘이슈’가 아니라 서태지 본인에게 맞춰졌고, 이에따라 팬들과 서태지의 관계는 전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불과 4년남짓 활동한 가수를 그 4년동안 또 기다린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서 팬들이 성장하고 사회 각지에서 활동하며 서태지의 영향력을 여전히 끌고간다는 점에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그 현상을 주목하는 세력이 된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컴백당시 공항에서 ‘서태지’를 기다렸던 수많은 팬들이었고, 그 다음에는 각종 매체에서 서태지 데뷔 10년을 다루면서 서태지와 그의 팬들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언급한 것이었다. 서태지라는 사람과, 그의 팬들이 보여주는 영향력 자체가 하나의 이슈가 되고, 그와 그들의 특별한 관계가 공식적으로, 그리고 여타 아이돌 가수와 팬의 관계와 달리 한층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매체에 의해 인정받은 것이다. 즉, 그들은 팬덤 내부와 그 바깥 양쪽에서 서태지라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서태지 본인이야말로 이것을 가장 원한 사람이었다. 사실상 6집이후 서태지의 모든 프로모션은 어떻게하면 팬과 다양한 방법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였다. 6집의 컴백쇼와 공식 기자회견정도를 제외하면, 서태지는 매체를 통해 ‘대중’이 아닌 ‘매니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인터넷 대화 - 사전 녹화 - 콘서트 - 서태지 닷컴 - ETP FEST로 이어지는 서태지의 일련의 활동은 철저하게 매니아 중심의 활동이었고, 대중매체는 그것을 전달하며, 대중들은 그것을 ‘지켜보는’ 것에 가까웠다. 음악적인 성격과 별개로, 몇 개의 방송출연을 제외하면 그는 갈수록 자신의 매니아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프로모션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서태지와 서태지의 팬들 - 일반 대중과 언론매체에서 서태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서태지의 팬들의 입장에서, 서태지는 사회적인 이슈메이커이자 팬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도 될 수 있지만, 더불어 자신들이 ‘기다려온 사람’이다. 즉, 서태지 팬들은 자신들이 서태지를 좋아하고, 존경할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가 어떻게 활동하든 그의 활동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바라보려 생각하고, 그가 아무리 음악적으로 변화한다해도 그는 ‘서태지’일 뿐이다. 물론 그것은 다른 아이돌의 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을 쌓으며 그당시 틴에이저 / 20대 초반의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의 영향력은 여타 아이돌과 비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10년 이상의 세월동안 지켜봐온 서태지는 아이콘이기 이전에 자신들과 ‘대화’하는 인간이고, ‘존경할 수 있는 아이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에는 서태지가 아무리 장르를 바꾸어도 그것을 결국 ‘서태지’가 하는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은 그 아이돌이 장르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뛰어놀고, 자신들과 호흡하길 바란다. 그가 메틀 사운드로 가득한 자신의 공연에서 갑자기 ‘난 알아요’를 부르며 귀엽게 팔짱을 끼건, 사회와 문화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어린애같은 말투로 ‘매냐’들의 안부를 묻건간에, 그건 서태지의 대화법이고, 그들사이의 대화인 것이다.


모두가 보고 있어


그런데 대중매체가, 서태지의 앨범정도만 사는(혹은 과거에 샀던) 대중이 바라보는 서태지는 여전히 ‘문화적’ 가치가 크다. 어쨌건 그의 이름만 거론하면 사람들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간에 주목하고, 그런 주목에는 단지 음반 판매량이 많다거나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정말 사회를 ‘움직였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서태지를 ‘장르’로 기억한다. 서태지는 수많은 장르를 오고가며 자신의 모습을 혁신적으로 바꾸었고, 그것은 그의 사회적인 영향력과 겹쳐서 그를 점점더 진지하고 사회문화적인 역할을 하는 영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 혹은 서태지가 갈수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메틀 사운드를 기반으로한 음악들을 듣는 그 장르의 팬들은 서태지가 ‘당연히’ 그런 장르에 어울리는 모습이길 바란다. 그들은 서태지를 뮤지션으로 바라보면 되는 것이지 음악외적으로 그의 내면까지 소통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태지의 컴백이후 대중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서태지와 서태지의 모습은 서태지라는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견고한 성같은 이미지와 달리 서태지라는 가수와 열광적인 팬의 가수로만 비춰지게 된다. 자신들과 연결될만한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는 어떤 사회적인 이슈를 몰고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드문드문 드러나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적 아이콘이나 록 뮤지션의 그것에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돌’에 가까운 ‘생기발랄하고 귀여운’ 가수의 모습이다.


간단히 말해서 MBC TV에 서태지 특집이 나오는데, 음악은 ‘ZERO'가 나오는 상황에서 행동은 10대 아이돌 뺨치는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자신의 ’분홍쫄티‘를 자랑한다고 생각해보라. 서태지 팬들은 당연히 그걸보며 좋아할 것이다. 그게 오히려 자신들이 생각하는 서태지니까.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이 보기엔 언밸런스도 그런 언밸런스가 없다. 대중과 팬의 인식, 그리고 서태지의 음악을 ’장르‘적으로 접근하느냐 서태지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서태지의 음악외적인 부분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그가 몰고온 사회적인 이슈들, 그리고 그당시 사회를 바꿔나가던 신세대 문화의 대표주자로서의 서태지였다. 그리고 이는 서태지의 팬들이나 그 바깥의 사람들 모두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걷혀나가고, 서태지와 그의 팬들의 인식과 소통방식이 점점 더 강하게 드러나자, 서태지의 팬들과 일반 대중의 서태지에 대한 인식사이에는 점점 더 큰 거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태지와 팬의 관계는 서태지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도 일종의 딜레마다. 서태지와 그의 팬들이 쌓은 철옹성같은 관계는 서태지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속에서 그들만이 만들어낸 독특한 정서는 서태지의 팬들 바깥에 있는 대중들이 서태지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도 된다. 그냥 조용히 음악만 좋아한다면 몰라도, 그 이상의 호감을 보이며 그 세계에 끼어드는 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계속 쌓이면 서태지가 그의 팬들과 함께 기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 즉 여전히 언론매체와 대중이 주목하는 서태지의 영향력은 사라지게 된다. 아무리 보도자료를 많이 돌린다해도 ‘서태지네’ 한마디하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 그럼 그 다음은? 특정 가수의 이름을 거론해서 참 미안하지만, 지금의 이승환처럼 되는 것이다. 공연장은 여전히 꽉꽉 차지만, 그런 레퍼런스 타이틀을 만들어놓고도 채 2-3만장도 팔기 힘든 그런 상황말이다(이승환이 왜 ‘동지’들의 우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는가).


서태지의 공연은 이런 딜레마를 한번에 보여주는 장소다. 대외적으로 볼때 서태지의 공연은 단독 가수로는 한국 록 공연중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공연중 하나고, 국내 오버그라운드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과격한 사운드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공연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연히 록 팬들이나 일반 대중들은 서태지가 ‘로커’로서, 그리고 과거의 아이콘으로서 공연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그가 록공연의 모범답안을 제시해주고, 지금의 시장상황을 바꾸기도 바랄 것이다. 그런데 그 공연장을 실제로 채우는 팬들은 서태지와 친근한 대화를 하길 원한다. 서태지가 공연중에 하는 말들은 서태지의 팬들에게 어떤 루트보다도 서태지에 대한 가장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까지 좀처럼 서태지의 ‘속’을 알기 힘들었던 그의 팬들에게, 공연은 그를 아주 친밀한 존재로 만드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서태지가 ‘귀여운 저항가’가 되거나, ‘저항하는 아이돌’이 되는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생각하는 서태지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학습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한 것이자, 그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을 하건 서태지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서태지의 매니아 팬의 특성은 서태지가 여러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그래서 서태지는 ‘ZERO'의 엔딩 멘트에 나오는 말 그대로 ’난 너를 향해 노래‘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록, 그것도 강한 디스토션 기타가 주가되는 뉴메틀 / 펑크를 자양분으로 하는 서태지가 매니아를 열광시킬 수 있는 음악을 하지 않으면 그는 자신의 기반이 되는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러나 이런 서태지의 활동은 동시에 언론매체 - 일반 대중의 시선과 그대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그는 늘 기본적으로는 매니아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일반 대중이 동의할 수 있는 무엇을 보여줘야한다. ’서태지‘이기 때문에 더 큰 열광을 이끌어낼수도 있지만, 동시에 ’서태지‘라는 이름을 제외하고서도 대중의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태지의 공연과 DVD타이틀은 서태지의 활동중 팬 / 일반대중 사이에서 가장 미묘한 접점에 서있다. 일반적인 보도자료에서 서태지의 개인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않고, 서태지 닷컴에서의 활동은 결국 팬들만이 아는 것들이다. 하지만 공연과 DVD는 다르다. 공연과 DVD는 결과적으로는 서태지의 팬들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일반 대중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이나 그것을 담은 DVD 타이틀을 ‘매니아’의 정서에만 기대서 진행하면, 그것은 서태지 스스로 일반적인 대중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매니아’들의 정서는 기본으로 고려해야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은 매니아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 혹은 서태지가 속한 ‘장르’인 록 팬들에게도 분명한 감상 포인트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 즉 보다 보편 타당한 방법으로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서태지는 6집의 투어 공연이나 ‘라이브 와이어’ 공연에서 자신의 음악적인 특질을 잘 살리기보다는 매니아들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그의 6집시절 사전녹화는 핌프록 사운드를 근간으로 링이나 창살등 앨범의 사운드가 전달하는 거친 이미지를 무대로 내세우고, 무대매너역시 다른 설명없이 사운드의 파워와 서태지의 역동적인 모습으로만 승부했다. 하지만 6집 투어는 그렇지 않았다. 6집 투어의 중심에는 그를 기다려온 팬과의 대화와, 자신의 심경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있었다. 그는 밴드의 공연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옛 멤버였던 양현석을 불러 같이 ‘하여가’를 하며 춤을 추고, '슬픈아픔‘에서는 ’Sad Pain'이라는 글씨가 써진 무대를 통해 ‘슬픈아픔’을 문자그대로 설명하려 했으며, ‘시대유감’에서는 신문을 찢으며 자신의 과거의 일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이벤트라고 하기에도 약간 애매한, 매우 직접적인 설명으로 매니아들에게 다가선 것이다. 또한 공연 레퍼토리 선정에 있어서도 공연의 통일성보다는 ‘서태지’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다양한 곡들을 여러군데 집어넣어(예를 들면 김종서가 출연한다든가하는) 전반적으로 파워풀한 힘이 넘치는 공연이면서도 매니아의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라이브 와이어’ 공연에서는 ‘Victim'에서 남녀 차별을 은유하는 ‘댄서’를 동원하는등 계속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가 뭔지, 어떻게 놀아야할지에 대해서 설명하려 했다. 그는 사운드 자체는 완연한 록 사운드로 돌아섰으되,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은 오히려 서태지와 아이들 3집시절의 카리스마적인 무게감도 없는, 매니아들이나 일반 가요팬에게 익숙한 가요적인 진행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그래도 그의 팬은 그 자체가 서태지이기 때문에 호응할 수 있겠지만, 그 외의 대중은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어긋난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았다.




대중가수 서태지




‘ZERO' 공연의 가장 큰 의의이자 장점이라면 바로 그점에서 서태지가 자신의 음악과 매니아의 정서, 그리고 대중의 기대를 모두 만족하는 접점을 찾아냈다는 것일 것이다. 그는 이 공연에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이나 혹은 매니아가 익숙해하는 방식보다는 매니아들이 ’자신‘에 의해 지금 자신의 ’관객‘으로 성장한 기반에 맞춰, 그리고 자신의 사운드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공연을 꾸며냈다. ’ZERO' 투어는 철저하게 ‘바로 지금’의 서태지의 음악적 방향에 충실하다. 그것은 단지 이 공연의 수록곡 대부분이 록트랙으로 일관하는 5~7집까지의 곡들로 채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서태지의 방향설정 자체가 그쪽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난 알아요’나 ‘죽음의 늪’, ‘너에게’(펑크버젼의 ‘너에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밤이 깊어가지만’(물론 ’라이브 와이어‘때의 그 버전이 아니다)등 기존의 댄스곡들도 모두 뉴메틀 스타일로 바뀌었고, 그것이 지향하는 것 역시 서태지의 5~7집에서 일관적으로 흐르는 어둡고 무거운, 그러나 곡의 순간순간마다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듣는 이를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혹은 그 사운드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자기 스타일의 뉴메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누구나 그 곡의 전개를 알고 있을법한 ’난 알아요‘를 보라. 원래 그후 여러 공연에서 새롭게 편곡된 ’난 알아요‘는 그것을 더 파워풀한 메틀 사운드로 바꿨으되 ’난 알아요‘의 핵심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멜로디라인이나 그 특유의 가요적인 느낌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아무리 바꿔도 ’오 그대여 가지마세요‘는 그 가요적인 멜로디를 그대로 간직했었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난 알아요‘는 간주의 폭발적인 메틀 기타를 계속 내려까는 디스토션 기타로 바꾼뒤, 굵은 디스토션 기타가 만들어내는 거친 느낌이 만들어내는 폭발력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제발 이별만은 하지 말아요 나에겐...‘에서 ’제발 이별만은 하지 말아요...‘를 최대한 내려깐뒤 ’나에겐‘을 갑자기 폭발시키면서 뉴메틀의 폭발력을 가져간다. 물론 그렇다해도 원곡의 멜로디가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바뀐 정서적인 지향점으로인해 댄스비트와 가요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과거의 히트곡이 지금의 서태지에게 어울리는 곡이 되었던 것이다.


이는 ’Take 5'나 ‘너에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Take 5'는 5집에 수록된 곡이지만 앨범 내에서 가장 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의 다른 곡들과 달리 전반적인 정서가 밝고 경쾌한 것이었고, 그만큼 분위기를 띄우는 곡이긴 했어도 다른 곡들의 거친 분위기와는 상반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는 원곡의 사운드를 상당부분 그대로 유지하되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뉴메틀적인 편곡을 곳곳에 집어넣어 앨범을 신나고 경쾌한 것보다는 신나고 ’폭발적인‘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예를 들면 곡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서태지가 ’점프 점프‘가 등장한뒤 이어지는) 기타솔로 밑에 강한 디스토션 기타를 배치해놓아 전체적으로 무게감을 더한다거나, 첫소절이 나간뒤 기타가 터지는 부분에서 서태지가 그로울링을 하고, ’마음속 가득한‘이나 ’알았어‘에서 원곡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기는 하지만 디스토션 기타를 더욱 강조해 보다 거친 질감으로 곡을 소화했다. 특히 간주이후에 등장하는 ’점프! 점프!‘부분은 그냥 경쾌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이었지만 조금씩 음정을 달리하면서 거기서 또 악센트를 준다. 원곡이 신나게 흘러가는 곡이었다면, 'ZERO'에서의 ’TAKE 5'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그리고 ‘너에게’와 ‘죽음의 늪’, 그리고 ‘이밤이 깊어가지만’은 이 공연에서 보여주는 가장 의외의 편곡이다. 펑크버젼으로 재편곡된 ‘너에게’가 팬들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서태지의 음악들중 가장 여린 감성을 보였던 곡중 하나를 펑크로 재편곡, ‘... 변하겠지..’부분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태지의 가장 대표적인 발라드가 완전한 메틀 사운드로 변화한 서태지에 맞춰 가장 폭발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그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의 변심을 걱정하는 여린 감성의 노래가 오히려 울부짖음에 가까운 절규로 바뀐 것이었다. 그런데 ‘ZERO'의 ’너에게‘는 이 둘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원곡의 상징과도 같았던 건반 연주를 그대로 살리는 대신 ’모두가 어려운걸..‘부터 디스토션 기타를 깔아 메틀 발라드로 스타일의 변화를 준 다음, 원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가져온 기타 솔로를 통해 곡의 정서를 여리다기보다는 점점 더 슬프고 절절해지는 느낌으로 바꿔놓는다. 물론 원곡의 멜로디와 코러스라인까지 거의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디스토션 기타만 깐 편곡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지만(각 곡의 편곡에 대한 이야기는 7집 리뷰에서 함께 다루겠다), 중요한 것은 서태지가 아예 뒤집거나 그대로 가기만하던 ’너에게‘를, 곡의 정서는 그대로 가면서 그것을 록적인 방법론안에서 풀어냈다는 것이다. 비록 그 결과물이 아주 놀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지난 앨범의 공연과 달리 밴드 체제내에서, 그리고 자신의 메틀 사운드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다. ’죽음의 늪‘의 편곡을 보라. 멜로디는 그대로지만, 전반부에 등장하는 기타리프와 불규칙하게 진행되는 드럼은 7집 앨범의 사운드를 옮겨온 것이다. 특히 곡의 후렴구인 ’벗어나려 해도...‘부분의 경우 원곡에서는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이면서도 곡의 음습한 분위기만을 그대로 유지한데비해, ’ZERO'에서는 기타리프를 통해 임팩트를 주고, 그 위에 다시 기타연주를 더 입혀서 굉장히 힘차고 폭발적인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또한 순간적으로 리듬을 몰아치는 간주나 점점 기타사운드를 쌓다가 마지막에 다 터뜨리는 후반부의 진행은 심플한 댄스곡이었던 ‘죽음의 늪’을 대곡 지향의 곡으로 바꿔놓는다. 이런 곡 구성은 ‘이밤이 깊어가지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는 것으로, 곡의 댄스 비트는 모두 죽인채 곡 초반부터 디스토션 기타로 스케일을 키운뒤, 다시 1절부터는 차분하게 악기들을 쌓아나가면서 후렴구에서 터뜨리는 곡의 변화는 ‘이 밤이 깊어가지만’이 실상 매우 서정적인 발라드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해준다. 서태지는 이 공연에서 뉴메틀의 사운드와 그 사운드가 품고 있는 정서를 자신의 ‘댄스’곡에 응용, 6, 7집에서 드러낸 자신의 파괴적이고 우울한 정서를 드러냈다(물론 6,7집의 정서는 각자 또 다르다). 지난 앨범까지는 어쿠스틱 공연으로 곧잘 공연하던 ‘슬픈아픔’이 ‘ZERO'에서는 다시 일렉트릭 기타를 쓴 원곡의 버전으로 돌아가 더 진하고 거친 톤을 만들어낸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꽃미남 뉴메틀 보컬리스트




뉴메틀 사운드로 일관된 공연의 흐름은 결국 이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쉼없이 관객을 몰입시키는 자극적인 구성으로 만든다. 일반적인 가요 공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ZERO'의 공연은 매우 이상한 공연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가요 공연들이 오프닝,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곡들, 절정을 책임지는 신나는 곡들및 인기곡들, 그리고 그 사이를 책임지는 레퍼토리들등으로 적절히 흐름을 조절하며 호흡을 가다듬는것과 달리, ’ZERO'는 엔딩을 위해 흐름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너에게‘와 ’ZERO', 그리고 곡 중간의 ‘슬픈아픔’과 ‘10월 4일’정도를 제외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쉴새없이 달려간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F.M BUSINESS'를 시작으로 ’TAKE 4'까지,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6곡을 쉴새없이 달리는 이 공연은 관객에게 어떤 틈을 주지 않고 오직 서태지와 그의 밴드가 만들어내는 메틀 사운드로 계속 관객을 압박한다. 물론 이러면 자극적인 사운드에 지칠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이 공연의 키 포인트는 바로 그 메틀 사운드안에서 어떻게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


이는 서태지의 6,7집이 순간적인 폭발력에 무게중심을 싣는 탓도 있지만, 이 공연의 편곡과 사운드 모두가 그 순간의 폭발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승‘의 겨우 원곡에서는 샘플링으로 반복했던 네음의 비트를 디스토션 기타로 처리하면서 보다 강렬한 느낌을 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의 곡들은 모두 쉴새없이 디스토션 기타로 짧고 강한 리프를 집어넣거나, ’너에게‘나 ’이밤이 깊어가지만‘처럼 매우 낮게 깔리며 시작해 점점더 강렬해지는 구성으로 한 곡안에서 반드시 강한 감정적인 악센트를 주는 것이다. ’Live wire'에서 후반부 간주뒤에 갑자기 확 터지는 기타사운드를 들어보라. 이 부분은 원곡에서도 확 터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ZERO'에서는 그 앞에서 아예 곡을 한번 멈추고 음산한 이펙트로 분위기를 잡은뒤, 앨범버젼 이상으로 기타사운드를 증폭시켜 한번에 폭발시키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선택은 둘중 하나인 것이다. 쉴새없는 디스토션 기타에 귀가 지쳐 떨어져 나가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폭죽터뜨리듯 터지는 사운드를 들으며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거나.


그래서 이 공연의 주인공은 서태지가 아니라, 서태지를 둘러싸고 있는 두 대의 디스토션 기타다. 굵고 거칠게, 그러나 뭉툭하지 않고 날카롭게 공연장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디스토션 기타의 사운드는 서태지의 7집 앨범, 그리고 ‘ZERO'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상징한다. 앨범의 경우 곡 전체의 흐름은 드러머 헤프의 능수능란한 리듬패턴이 이끌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Live wire'와 ‘Robot'에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드럼을 치고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이 공연에서만큼은 탑과 락의 기타가 쉴새없이 공연을 이끈다. 그들은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자극하고, 새로운 리프로 곡에 참신한 느낌을 주며, 드럼과 베이스가 조금 묻힐정도로 기타의 볼륨을 한껏 키워 공연을 장악한다. 마치 거친 나뭇결같은 이 공연의 디스토션 기타는 그 자체로 공연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이 사운드의 이미지는 공연의 비쥬얼에 그대로 연결된다. 이 공연의 비쥬얼은 별다른 이벤트나 특별한 무대장치없이 오직 어두운 조명과 멤버들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무대, 그리고 삼지안처럼 구성된 스크린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한다. 어두운 배경속에서 공연의 흐름에 따라 켜지는 조명, 곡의 리듬에 맞춰 정확히 액션을 구사하는 멤버들의 움직임만으로 사운드의 분위기가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다. 특히 공연내내 스크린에 등장하는 여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영상들이 인상적인데,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죽음의 늪’에서 서태지 앨범 재킷의 못박힌 사람이 다른 포즈로 변해 있다든가, 굉장히 폭력적인 비쥬얼을 카툰 스타일로 처리한 ‘F.M BUSINESS'등은 특히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또한 오프닝에서 잡다하게 멤버 소개를 하거나 설정을 사용하는 대신 심플하게 스크린을 통해 멤버들을 죄수증명사진같은 스타일로 소개한뒤 곧바로 공연으로 넘어가는 부분역시 이전의 공연들에 비해 훨씬 세련된 방식이었다. 이 공연에서는 곡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줄이고, 대신 감각적인 순간의 비쥬얼들이 주는 인상으로 관객들을 그 영상과 무대의 비쥬얼에 몰입시키도록 한 것이다. ’라이브 와이어‘ 공연에서의 ’VICTIM'의 댄서들이 보여준 그 촌스러움과 ‘ZERO'의 ‘FM BUSINESS'의 영상이 보여주는 차이점에서 증명되듯, 메시지의 전달이라도 그걸 어떤 분위기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VICTIM'의 춤이 단지 춤으로 설명한 가사일뿐이었다면, ‘FM BUSINESS'의 영상은 음악적인 분위기와 어울릴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재미‘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서태지는 이 공연에서 자신의 딜레마를 오히려 자신의 장점으로 연결한다. 그는 자신의 팬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위해 자신의 앨범에서 만들어낸 자신의 분위기와 정서를 포기하는대신, 그것을 모두 적극적으로 살린뒤 그 안에서 자유스럽게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FM BUSINESS'에서의 그는 ’대장‘이지만, ’TAKE 2'에서는 박력넘치는 액션에 이어 탑의 기타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양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TAKE 6'는 이제 슬슬 미청년에서 나이를 잊은 미중년으로 접어드는 ’꽃미남 뉴메틀 보컬리스트‘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리듬에 따라서 헤드뱅도 했다가 브레이크댄스도 췄다가 ’팬 서비스용 포즈‘도 취하는 것이 바로 서태지 아니었던가.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그가 보여주는 장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될수도 있지만, 다른 것들을 철저하게 자신이 표현하고자하는 방향대로 설정한 뒤 음악의 흐름속에서 자연스러운 액션을 통해 나오는 서태지의 퍼포먼스는 오히려 공연 자체를 더욱 흥겹게 만든다. ’TAKE 6'나 ‘Robot’에서 볼 수 있듯, 서른 넷의 나이에 저런 몸선을 가지고 춤추듯 뛰어다닐 수 있는 뉴메틀 보컬리스트(물론 7집의 경우 정말 ‘메틀’ 보컬리스트로서 적법한 목소리냐는 논란의 여지가 굉장히 많지만)가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 아닌가. 서태지는 적어도 공연에서는 팬들에게 너무 다가서지 않고서도 팬들이 바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익힌듯 하다(다만 그것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별개로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이 역시 음반리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그는 서태지의 록을 보여줬다기보다는 록공연속에서 서태지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Produced by Taiji




그런데 공연 자체로의 ‘ZERO'와 DVD의 ’ZERO'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공연으로서의 ‘ZERO'는 관객이 얼마든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데다가, 공연장의 여건에 따라 뮤지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음향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DVD는 영상 편집을 통해 뮤지션이 자신의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의도를 정확하게 드러낼뿐만 아니라, 사운드에서도 실제 공연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낼수도 있다. 잘 만든 공연 DVD는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관객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모범답안 같은 것이다. 서태지는 이 모범답안을 굉장히 흥미로운 형태로 작성했다. 물론 메가박스에서 상영한 것이기에 집에서 듣는 사운드와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만, 이 공연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앨범과는 또다른 형태로 믹싱된 사운드다. ’ZERO'의 라이브 앨범은 ‘태지의 화’ 라이브 앨범과 비교해본다면 많이 떨어지는 앨범이었다. ‘태지의 화’는 마치 공연의 원음을 그 여운까지 깨끗하게 잘라내서 다시 믹스한듯한 앨범이었다. 무게감 있으면서도 각각의 음들이 생생하게 분리됐던 베이스, 공연장 전체를 감싸는 디스토션 기타의 음향, 그리고 너무 뭉치지도, 얇지도 않게 공연의 중심을 잡아줬던 드럼등 ‘태지의 화’의 사운드는 국내 라이브 음반중 손에 꼽히는 음질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ZERO'는 그렇지 못했다. 우선 ’ZERO'는 첫 번째 디스크와 두 번째 디스크의 사운드가 조금 다르다. 첫 번째 디스크의 경우 전체적으로 공연의 현장음을 상당히 많이 살리는 방향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계속 관객들의 환호성도 들릴뿐만 아니라, 기타나 드럼이 조금 뒤에 있는듯, 다른 소리들과 섞이며 어느정도 공간감을 형성했다. 그래서 디스토션 기타의 톤은 강렬하지만 날카로움은 조금 떨어졌고, 각각의 소리가 조금씩 서로 섞여들어가는 느낌도 있었다. 찾기 쉽게 ‘FM BUSINESS'의 초반 기타 사운드를 들어보라. 디스토션 기타는 소리의 잔향을 남기며 공간감을 형성하지만 디스토션 기타 하나하나의 질감이 명확히 분리되지는 않고, 서태지의 랩 도중 나오는 또다른 톤의 기타 연주는 다른 사운드에 묻혀 조금 멀리서 들리는 느낌마저 준다. 그만큼 현장감은 잘 나지만 선명함은 떨어진다. 게다가 이렇게 현장감을 주다보니 ’너와 나는 왜 도대체 어떤 목적에 여기서 마주보며...‘같은 부분에서 ’도대체‘와 ’마주보며‘에서 음이 심하게 흔들리는 서태지의 보컬도 확연히 드러난다. 공연의 열기는 잘 나오지만, 순수한 음질의 부분에서는 많은 허점이 있는 것이다. 그나마 ’HEFFY END'와 ‘ORANGE'등의 곡들에서는 좀더 사운드의 질감이 잘 살아나고, 작은 현장음까지 잘 살아나 공연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슬픈아픔‘을 듣다보면 누군가가 목소리를 조금 크게해서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디스크의 녹음은 첫 번째와 또 다르다. ‘TAKE 6'에서 2절이 시작되기전 간주의 기타연주나, ’이밤이 깊어가지만‘의 초반 기타여주에서 확인가능하듯, 두 번째 디스크는 보다 날카롭고 선명한 사운드를 낸다. 그래서 대신 사운드의 공간감은 많이 줄어들어있고, 무엇보다 너무 날카로워서 오히려 신경을 거슬리는 사운드들도 있다. ’10월 4일‘에서 아르페지오로 연주하는 기타소리는 너무 날카로워 듣는 내내 귀에 거슬릴 정도다. 둘다 장점만큼 확실한 단점이 있는 앨범인 셈이다. 그런데 ’ZERO' DVD는 다르다. 물론 메가박스 극장에서 본 것이기에 그점을 감안하긴 해야겠지만, ‘ZERO' DVD는 앨범과 달리 디스토션 기타의 음역대를 더욱 잘 표현하도록 되어있다. 즉, 디스토션 기타가 더욱 크게 강조되었을뿐만 아니라 디스토션의 음이 더욱 섬세하게 분리되도록 되어 있어 공연 전체를 압도하는 기타 사운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공연의 특성을 살린 것으로, 앨범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던 ’FM BUSINESS'의 기타솔로역시 보다 선명하게 들린다.


대신 이 타이틀에서는 다른 사운드들이 디스토션 기타에 묻혀있다. 이를테면 ‘FM BUSINESS'는 원곡에 비해 보컬과 드럼이 묻혀 들린다든가, ’HEFFY END'에서도 영상은 드럼을 몰아치는 부분인데도 실제 사운드는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물론 이런 선택은 장점들도 있다. 우선 ‘TAKE 2'처럼 디스토션 기타가 아주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경우는 다른 사운드들도 잘 살아날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조된 디스토션 기타가 ’ORANGE'처럼 7집에 비해 기타를 덜 쌓아놓은 곡에서는 디스토션 기타의 굵은 음색이 그대로 살아나면서 공연의 박력을 한껏 살려놓는다. 또한 디스토션 기타에 묻힌 보컬은 ‘슬픈아픔’에서는 기타의 생생한 톤에 비해 약간 떠있는듯한 느낌도 주고, 전반적으로 기타에 비해 사운드가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이 공연의 메인인 서태지의 존재감을 깎아먹긴 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돼서 서태지의 보컬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꽤 커버되는 부분도 있다. 이는 스페셜 피처로 제공된 ‘VIDEO 4 ZERO'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공연에 사용된 영상과 함께 나오는 이 공연의 사운드는 본편에 수록된 것과 달리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아있고, 보다 현장음이 강조되어 있다. 본편에 수록된 ’FM BUSINESS'와 스페셜 피처에 수록된 같은 곡의 기타와 보컬을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TAKE 2'역시 스페셜 피처와 본편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본편의 ’TAKE 2'는 당연히 선명한 디스토션 기타로 마치 ‘TAKE 2'의 리레코딩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스페셜 피처의 ’TAKE 2'는 그런 사운드는 들리지 않는대신 서태지가 ‘마이크에 누가 껌을 붙여 놨어’를 부르며 마이크를 칠때의 소리등 현장음이 조금 더 쉽게 들린다.




기타로 공연장을 채우다




즉, 지난 ‘태지의 화’처럼 보컬을 프런트 스피커에, 저음 파트를 센터에 집어넣는 다소 황당하기까지한 시도는 하지 않았어도, 서태지는 이번 ‘ZERO'에서도 자기 나름의 의도를 사운드안에 반영한듯 하다(물론 상영회의 독특한 환경상 집에서 감상하는 것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지만). 또한 메가박스의 사운드 세팅이 영화를 감상하는데는 무리가 없지만 DVD를 상영하며 이런식으로 크게 볼륨을 높였을 경우 DVD의 원래 사운드를 정확하게 반영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집에서 감상할 수 있는 DVD의 사운드는 영화관만큼의 박력은 되지 못해도 조금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디스토션 기타 중심의 믹스가 의도하는 바는 자명하다. 이 공연이 가지고 있는 폭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이미 앨범에서도 폭발적이었던 ’LIVE WIRE'의 확 터지는 기타연주는 DVD에서 거의 파괴적이라고 할만큼 엄청난 울림을 전달한다. 디스토션 기타가 한번씩 울릴때마다 듣는 사람을 자극하게 되는 ‘ZERO'의 사운드는 이 공연에서 강조하는 순간의 몰입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ZERO'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이 공연의 비쥬얼이다. 이 공연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곡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를 완벽하게 이해해,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는 편집과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7집 앨범이 곡의 멜로디가 가진 리듬을 기타와 드럼으로 일일이 체크하고 넘어가듯, ‘ZERO'역시 곡의 흐름을 영상의 동선으로 표현한다. 쉽게는 ’VICTIM'에서 기타의 리듬에 맞춰 점프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슬픈아픔’의 후반부에서 스케일이 커지는 시점부터 계속 흘러가듯 진행되는 사운드를 관객이 일제히 손을 흔드는 모습과 연결시켜 곡의 스케일을 시각적 스케일로 연결한다.




편집증적인 편집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서태지가 5집시절 보여주었던 집요함이 ‘ZERO'에서 살아났다는 사실이다. ’TAKE 2‘에서 그가 음악의 리듬에 맞춰 일일이 대응하도록 맞춘 영상 편집은 근래 라이브 음악 타이틀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우선 이 곡에서의 편집은 가히 영화적이라고 할만큼 편집에 ’스토리‘가 담겨있다. 이는 ’TAKE 2'가 가진 곡의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서태지 팬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TAKE 2'는 처음에는 기타리프 하나로 시작했다가 점점 더 사운드가 복잡해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은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복잡한 흐름으로 인해 편곡에 따라 충분히 대곡으로 흐를 수 있는, 기승전결이 아주 섬세하게 짜여있는 곡이다. 서태지는 이것을 몇가지 아이템들을 통해 마치 영화처럼 전개해나간다. 우선 탑의 기타 넥에 달린 캠코더가 그것이다. 이것은 처음에 등장할때는 다른 카메라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화질로 매우 거친 느낌을 줄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달린 위치의 특성상 계속 회전하는듯한 느낌을 주면서 여러 이펙트들이 어지럽게 치고 빠지는 ’TAKE 2'의 사운드를 영상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뒤에 등장하는 ‘TV!'에서의 영상은 디스토션 기타가 한번 치고 들어오는 사이 한바퀴 도는 서태지, 공중에서 한바퀴 뛰는 탑등 비슷한 움직임의 영상들을 한꺼번에 모아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TAKE 2'의 영상은 이런 아이템을 곡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곳에 집어넣으며 점점 더 강렬하게 분위기를 몰아간다는 것이다. 처음 등장했던 기타 캠코더샷은 곡의 전환점마다 한번씩 등장하면서 계속 임팩트를 주고, 서태지의 강한 샤우팅이 등장하며 곡이 절정에 올랐을때 곡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영상들이 다시 한꺼번에 더 급박하게 등장하며 영상만으로도 이 곡의 하이라이트가 어디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곡 후반부에 ’TV'부분이 나온뒤 살짝 페이드아웃 되는 사운드가 등장하는 동시에 그 사운드와 정확히 시간을 맞춰 하나씩 불이 켜지는 무대 뒤편 조명의 모습을 담은 씬은 음악의 흐름을 영상의 동선으로 잡아낸 아주 멋진 순간이다. 서태지는 자신이 가장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곡을, 가장 집요하고 재기 넘치는 방법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이것은 곡의 흐름과 관계없는 이벤트만을 위한 장치없이 오직 음악의 흐름을 잘 반영한 액션과 편집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서태지가 입으로 스크래치하듯 효과를 낸다든가, 원곡의 기타 톤을 드릴로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으로 소화하며 사운드와 비쥬얼 양쪽에서 흥미를 자아내는 점은 곡 중간중간에 살짝 긴장감을 이완시키면서 곡의 다음부분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곡의 후반부가 탑의 짧은 블루스적인 연주로 끝난다는 점은 이 영화같은 곡의 구성에 어울리는 완벽한 마무리다.


또한 ‘TAKE 2'정도로 완결된 완성도를 보이지는 않더라도 ’ROBOT'에서 리듬에 따라 그대로 영상을 편집한 서태지의 집요함 역시 주목할만하다. ‘ROBOT'에서 ’사람 냄새가 없어‘에서 서태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컷들의 연결이나, 후렴구인 ’혼탁한..‘부분에서 곡의 드럼리듬에 맞춰 정확하게 양 발을 붙였다 떼는 서태지의 동작을 편집하는 부분을 보라. 서태지는 곡의 바운스를 영상으로 그대로 옮겼다. 또한 ’ZERO'는 과거와같은 눈에 드러나는 이벤트는 없어도 여러 장치들을 통해 곡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HEFFY END'의 후반부에 흩날리는 꽃종이나 ‘TAKE 5'에서 팬들의 종이비행기 던지기는 단순한 이벤트이긴 하지만 계속 순간적으로 임팩트를 주면서 점점 더 상승하는 두 곡의 흐름에 충분히 어울리는 동선을 선사하고, ‘필승’에서 대형 공속에 카메라를 넣어 그것을 가지고 놀고 있는 팬과 그것을 담는 카메라를 통해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은 곡뿐만 아니라 공연의 거친 분위기와도 잘 연결된다.


그래서 'ZERO'의 영상은 국내에서 어떻게 록 공연을 담아낼 것인가를 세련되게 보여주는 타이틀의 모범이라 할만하다. 집요할 정도로 곡의 리듬과 흐름을 영상속의 동선과 컷의 속도로 담아내는 이 타이틀의 편집방식은 보통의 가요 팬이 보기엔 정신사납겠지만, 이미 이런 것들에 익숙해진 서태지의 팬들, 그리고 록 팬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할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통일된 분위기속에서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영상을 선사할 것이다. 단 한순간도 일부러 드러내놓지않고 사운드가 가진 특징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화면을 뽑아내서, 자신의 음악적인 성격과 공연에 가장 어울리는 타이틀을 연출한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완성도




특히 ‘ZERO'의 영상은 국내 공연 타이틀중 가장 뛰어난 화질을 보여준다. 이는 장비나 제작비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명의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한듯 싶은데, ’태지의 화‘에서는 애초에 DVD의 제작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공연에 적합한 조명, 즉 매우 밝고 화려한 조명을 썼으며, 공연 진행에 따라 극단적이라고 할만큼 조명의 명도차가 컸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밝아질때는 화면이 깨지는(’깍두기‘라고도 하는)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ZERO'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조명을 계속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타이틀의 마지막곡 ‘ZERO'에서 공연장이 푸른색 조명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스모그가 뿌려져도 색이 전혀 번지지않고 멤버들의 모습을 재생하는 것이나, 메가박스의 그 큰 상영관에서도 화면이 깨지는 현상없이 자연스럽게 재현된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만 조명이 좀 어두워서인지 윤곽선이 약간 뚜렷하지 못하고, 촬영상의 문제인지 ’라이브 와이어‘에서 카메라가 줌 아웃될때 약간 초점이 흐릿해진다거나, 색상이 아주 선명하지 못한 것은 약간 아쉽지만 이정도면 국내 라이브 공연중 가장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ZERO'는 서태지의 공연뿐만 아니라 서태지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록공연’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서태지의 팬들뿐만 아니라 서태지의 음악을 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록 팬들, 그리고 서태지에게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는 일반 대중에게 모두 수준높고 세련된 완성도의 록공연 DVD의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이 ‘ZERO'다. 서태지를 움직이는 것은 ‘너를 향해’라는 팬 중심의 마인드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자기 자신의 음악적인 성격을 가장 잘 살릴때,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서태지만의 특성과 맞물려 ‘ZERO'를 한국 DVD 타이틀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로 올려놓는다. 만약 해외에서 이런 편집과 사운드를 보여줬다면 그것은 비교적 대중에게 익숙한, 그리고 수준급의 DVD정도로 인식될 수 있었겠지만, 한국에서는 이승환이 아예 메틀로 돌아선다면 모를까, 지금 현재로서는 서태지만이 이런 DVD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런 뉴메틀 스타일의 곡으로 공연을 꾸려가면서 저정도로 관중을 채우고, 많은 제작비를 들이며 자신이 직접 믹싱과 편집을 담당하여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서태지 뿐이다. 그래서 이 타이틀은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나온 뉴메틀 장르의 DVD이자, 국내 록그룹 공연의 DVD는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서태지의 매니아들 때문이다. ’난 알아요‘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난알아요‘시절과 지금의 모습을 번갈아보여준다. 둘은 스타일이나 음악이나,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위치나 전혀 다른 존재들이다. 만약 조금만 더 1집시절의 서태지가 등장했다면 그것이 ’ZERO'의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이질적이다. 서태지도, 팬들도 모두 서태지가 그때와 너무도 달라졌다는것,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서태지의 팬들은 그 두 모습에 모두 환호를 보낼 수 있다. 그들에게는 ‘난 알아요’건 ‘라이브 와이어’건 서태지는 늘 자신들에게 최고의 스타였고, 모두 그 변화에 열광하며 살았기 때문이다.어찌됐건 그들은 서태지가 ‘이런 음악’을 하면서도 슈퍼스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서태지가 내놓는 음악을 누구보다도 빨리 받아들여 서태지가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만약 ‘ZERO' 공연에서 2000년 당시 ’슬램 십계명‘을 통해 슬램하는 방법을 배웠던 서태지 팬들이 자연스럽게 이 뉴메틀 ’밴드‘의 공연에 동참하지 못했다면, ’ZERO'는 반쪽자리 공연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연의 서태지 팬들은 그들이 적어도 서태지의 공연에서만큼은 가장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ZERO'는 바로 이 팬들을 원동력으로 서태지가 자기 섬 바깥의 대중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의 스페셜 피쳐는 바로 이런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자, 동시에 대중이 바라는 디비디의 퀄리티를 잘 지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히 스페셜 피처의 많은 부분은 팬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공연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BEHIND STORY OF ZERO'나 ’ZERO MANIAC'은 각각 서태지의 ‘귀여운’ 모습과 서태지 팬들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팬들이아닌 일반 대중이 서태지가 정말 ‘껌뱉어’ 다른 사람 신발에 붙였다가 다시 씹는 장면을 보면 경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ZERO MANIAC'은 말그대로 서태지 매니아들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빠심‘을 드러내고 있다.




누굴 향해 부르지 않아도 돼. 마음대로 불러.




그러나, 이런 팬 중심의 스페셜 피처는 ‘ZERO D-3'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ZERO D-3'는 기본적으로 팬을 위한 스페셜 피처로 보인다. 공연 3일전 서태지가 연습하는 장면을 곡별로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서태지가 장난도 치고, 귀여운 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 등장하는 것은 공연 오프닝의 목소리가 어떻게 녹음되고, 탑은 어떻게 기타를 치고, 실제 공연과 연습에서의 액션이 어떻게 다르고, 또 멤버들은 어떤식으로 리허설을 하는가하는 것들이다. 처음에는 매우 장난스럽고, 팬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듯한 부분들이 많지만, 그런 곡들이 하나하나씩 쌓이다보면 꼭 팬이 아니더라도 서태지와 그의 밴드가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곡을 소화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ZERO D-3'는 팬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그것이 비록 테크니컬한 것은 아닐지라도 공연 전체에 대한 스케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한다. 그래서 ’ZERO D-3'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멘트는 그리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태지는 공연 이상으로 스페셜 피처의 타겟을 ‘팬’에게 집중시키지만, 그것을 꾸려나가는 솜씨는 지금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법과 수준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마치 ‘울트라 맨이야’와 ‘HEFFY END’의 뮤직비디오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둘다 모두 뮤직비디오 상에서 락과 서태지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만드는데 주력하지만, 그 퀄리티는 'HEFFY END'가 훨씬 고급스러웠듯, 스페셜피처역시 팬들에 대한 사랑을 직설적으로 고백했던 ‘태지의 화’시절과 달리 훨씬 퀄리티있고 세련된 간접화법으로 그것을 전달한다. 이를 특히 더 잘 보여주는 것이 ‘VIDEO 4 ZERO'인데, 여기서는 공연도중에 쓰였던 영상을 중심으로 그것들을 작게 처리된 공연장면과 함께 보여준다. 이때 진행되는 ’FM BUSINESS'나 ‘ZERO'같은 영상이 주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풀 버전으로 봐도 지루하지 않고, 영상 자체도 나름의 스타일이 살아있는채로 한곡 전체에 걸쳐 등장하기에 단지 스페셜 피처 때우기용 영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WATCH OUT'을 배경음악으로 미국의 코믹스 스타일로 이미지를 그려낸 스팟광고역시 짧지만 세련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ZERO'는 ’서태지‘가 가지고 있는 그 자신과 팬, 그리고 대중사이의 괴리를 봉합하며,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을 한꺼번에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현재 서태지의 가장 본질적인 정체성은 DVD에서도 계속 표현되는 팬에 대한 애정, 즉 너를 ’향해‘ 노래하는 서태지다. 그러나 서태지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자신을 따라와준 팬을 믿고, 자신의 방법으로 DVD를 제작하면서 대중들에게는 대중이 알고 있는 서태지, 즉 록뮤지션이자 카리스마적인 슈퍼스타로서, 그만큼의 세련된 스타일과 수준높은 완성도를 보장하는 서태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당연히 팬들은 자신이 서태지를 좋아하는 이유를 새삼 느낄 것이다. 특히 일반 대중의 경우 공연에 베어있는 서태지 특유의 어두움과 공격성, 그리고 스페셜 피처에 담긴 팬들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것이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형태로 등장했기에 내용물이 꽉찬 ’블록버스터 뮤직 DVD‘로서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것, 그리고 팬들을 믿건,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서태지가 해왔던 방법이고, 그것이야말로 그가 너를 ’향해‘ 노래부르는 방법일 것이다. 너를 ’향해‘ 부르되, 너를 ’위해‘ 부르지는 말것. 그럴때 오히려 팬들은 ’너에게‘에서의 그 외침과 같이 진정으로 ’안변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그가 정말 과연 7집에서 무엇을 ’위해‘ 노래를 불렀느냐는 것일 것이다. 필자의 7집 리뷰는 거기서부터 시작될듯 하다.


글 : 강명석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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